공판중심주의에 맞서 검찰은 증거분리제출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디 한번 해보자’는 응전(應戰) 태세로 읽힌다.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수사기록, 증거목록 등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단계적으로 나눠 낼 경우 판사와 변호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사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사건 내용을 파악하기가, 변호사는 법정 공방(攻防)의 전략을 짜기가 어려워진다.
공판중심주의 아래에서는 서류보다 당사자의 법정진술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진다. 판사로선 재판 진행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양측의 공방을 제3자 입장에서 소극적으로 지켜만 보던 판사들의 모습은 옛이야기가 된다. 특히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이 푸대접을 받게 되면서 위증이 더욱 횡행할 수도 있다. 재판이 늦어지면 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경시한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더욱이 내년엔 배심제와 참심제를 혼합한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범 실시된다. 살인 등 중요 범죄 중심으로 5년간 매년 100∼200건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재판 횟수와 시간을 크게 늘려야 하므로 판사와 법정도 획기적으로 증가돼야 한다. 현재 2000명 정도인 판사를 10배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조 3륜 간에 자존심 싸움만 할 때가 아니다. 충분히 협의, 논의하고 여론도 수렴하면서 착실한 준비를 해야 한다. 법원 검찰 변호사의 법조 삼륜(三輪)이 힘을 합쳐도 지난한 과제이다. 특히 사법부의 우격다짐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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