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진 7단이 소 닭 보듯 백 90에 대꾸하지 않고 흑 91을 선점하자 이 9단의 안색이 일순 댓진 먹은 뱀 꼴로 변한다. 흑 91은 절묘한 응수타진이었다. 백 92는 어쩔 수 없다(참고도와 비교하면 좌변이 천양지차다). 그런 다음 흑 93(○의 곳)으로 패를 해소하니 백은 94부터 100까지 바꿔치기를 피할 길이 없다.
좌상변 흑 열 점을 잡은 백은 약 45집. 이에 비해 백대마를 포획한 흑은 약 63집이다. 상변이 본래 흑 진영이었음을 헤아려도 백대마를 몰아치면서 쌓은 중앙 두터움이 돋보이는 데다 선수까지 쥐었으니 흑이 편한 바둑이 되었다. 지금 차이는 반면 10집 정도. 여기서 승부가 결정됐다. 93…○, 99…○의 곳.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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