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희제]‘세금 먹는 공항고속도로’ 책임은 누가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바가지 통행료’ 시비 등 2001년 개통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인천공항고속도로.

1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은 정부가 인천공항고속도로에 20년간 혈세를 쏟아 부을 수밖에 없는 ‘원죄’에 대한 자료를 내놓았다. 유 의원에 따르면 애당초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추정 통행량이 과대하게 부풀려지는 바람에 매년 1000억 원대의 정부 보조금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

건설 당시 ‘교통영향평가’에 반영된 인천공항고속도로 추정 통행량은 2001∼2005년 하루 11만∼14만6000대였다. 그러나 개통 이후 실제 통행량은 5만∼6만 대에 그쳤고 정부는 당초 민간에 약속한 대로 20년간 수익보장금의 80%를 세금으로 보전해 줄 수밖에 없게 됐다. 2020년까지 지출 예상액은 매년 800억∼1900억 원씩 총 2조3844억 원.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비 1조4602억 원의 2배에 이르는 액수다.

문제는 애당초 민간 사업자의 이익 보장을 위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통행량의 수요 예측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점이다.

당시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이용객의 70%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반해 인천국제공항은 30%에 불과하고 승용차 이용객이 그만큼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공항 주변 국제관광지개발은 ‘조기 완공’될 것으로, 인천공항 환송객은 김포공항보다 ‘3배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일반 고속도로 요금보다 4.8배 이상 비싸다. 정부 보조액을 줄이면서 당초 민간에 약속한 수익보장금을 맞춰 주려다 보니 통행료가 비싸지게 된 것이다.

영종도 주민 등 공항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추진위원회’는 “민간 사업자 적자 보조에 급급한 터무니없는 정책을 즉각 재검토하라”며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인천공항철도 역시 교통량 예측을 잘못해 매년 400억∼500억 원을 세금으로 메우게 될 전망이다.

민자 사업에 대한 지원이 배보다 배꼽이 큰 모양새를 보이자 정부는 민간 제안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하는 등 뒤늦게 새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뒷북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희제 사회부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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