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흑 C로 좌변 백을 갈랐으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백 22를 거꾸로 당한 실전은 위축된 형국이다. 승부는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김효곤 4단은 흑 23의 흐름을 탈 요량이었으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백 26 때 수비를 외면하고 흑 27의 강수를 던져야 했다. 그 자체가 순탄스럽지 않다는 형세를 보인 꼴이다. 흑 27로는 ‘가’의 곳을 지키는 게 보통이다. 그러면 백 ‘나’에 뻗고 흑 30으로 뛰어야 하는데 이것은 백이 ‘다’로 자연스럽게 좌변을 지키면서 싸우는 모습이므로 상대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길 수 없다. 그래서 흑 27로 ‘세게’ 둔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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