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대세점을 놓치다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큰 곳과 급한 곳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두어야 할까. 바둑 이론에 따르면 급한 곳이 먼저다. 백 ○로 뛰었을 때 흑의 다음 수는 어디인가. 상변 실리를 차지하는 흑 21은 큰 곳이고 백 22의 자리는 공수(攻守)와 직결되니 급한 곳이다. 따라서 참고도 흑 1과 같이 뛰어나가는 수가 대세점이었다. 흑은 다음 백 A로 진로가 막힐 수도 있다. 하지만 백의 처지에서도 좌상귀 흑 일단이 살아 있어 B로 급소를 당할 수 있으므로 백은 A로 두지 못하고 B로 한 번 더 뛸 것이다.

이때 흑 C로 좌변 백을 갈랐으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백 22를 거꾸로 당한 실전은 위축된 형국이다. 승부는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김효곤 4단은 흑 23의 흐름을 탈 요량이었으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백 26 때 수비를 외면하고 흑 27의 강수를 던져야 했다. 그 자체가 순탄스럽지 않다는 형세를 보인 꼴이다. 흑 27로는 ‘가’의 곳을 지키는 게 보통이다. 그러면 백 ‘나’에 뻗고 흑 30으로 뛰어야 하는데 이것은 백이 ‘다’로 자연스럽게 좌변을 지키면서 싸우는 모습이므로 상대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길 수 없다. 그래서 흑 27로 ‘세게’ 둔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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