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허를 찌른 흑77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백54부터 세찬 공격을 각오했다. 흑55 이하로 마치 축에 몰린 돌처럼 기어나가야 하니 괴롭기 짝이 없다. 어쩌겠는가. 바람이 불 땐 납작 엎드려 있을 수밖에. 백도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당장 뿌리째 뽑아버릴 듯 거세게 몰아치지만 막상 잡힐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백60, 62와 흑61, 63의 교환으로 좌하귀 백 석 점이 죽었다. 물론 백의 셈속은 64 이하의 공격이다. 뜻대로 백68에서 흑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흑은 69 이하로 백의 약점을 찌르며 안에서 두 눈을 내야 한다. 흑73에 뻗으면 백74의 수비는 필연이다. 다만 잇기 전에 참고1도처럼 백1의 곳을 찔러놓으면 다음 흑A로 들여다보는 수가 없으므로(백B가 있기에) 괴로웠을 것이다.

진시영 2단은 백76으로 들여다보면서 내심 쾌재를 불렀을 터이다. 그러나 흑77이 ‘가’의 급소와 연계된 기가 막힌 역공이었다. 가령 참고2도의 백1 이하로 차단해도 흑6 때 응수가 없다. 어찌하여 참고1도 백1이 아쉬웠는지 여실한 대목이다. 백은 할 수 없이 78로 물러섰고 이 틈에 흑은 81까지 한 눈을 확보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