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절묘한 희생번트

  • 입력 2006년 10월 18일 03시 00분


흑 93의 시점부터 다시 본다. 이 끊음수를 노리고 김효곤 4단은 흑대마를 살리기에 앞서 ○(전보 흑 85)로 한번 어깃장을 놓아본 것이다. 백의 외벽이 흠 없이 마무리된다면 생불여사(生不如死)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때 93의 약점을 방비하지 않고 진시영 2단은 뻗대고 있는 흑 석 점을 ○(백 86)로 제압하려 했는데 이게 불찰이었다. 흑 ○(89, 91)의 절묘한 희생번트가 있었던 것이다.

흑 97 때 백은 꼼짝 못하고 중앙의 요석 여섯 점을 내주어야 했다. 참고도 백 1로 나가봤자 흑 4까지 보태줄 뿐이다. 흑 ○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백 1로 살리는 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흑 ○가 놓인 상태에서는 백 A로 단수 칠 수 없잖은가. 자충이다.

그야말로 닭 쫓던 개꼴이 따로 없다. 대마는커녕 외벽마저 건사를 못했으니 호되게 짖다가 먹던 뼈다귀까지 잿더미에 떨어뜨린 격이다. 백 98로 기수를 돌리는 진 2단의 손길에조차 벌겋게 상기된 표정이 담겨 있다. 백 98 이하는 팻감 공작이다. 중앙이 속절없이 잡히기는 했으나 ‘가’로 젖혀 나오는 패 맛이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