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 잡기에 실패한 ‘세금 폭탄’의 무리수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세금 중과와 재건축 규제 등 수요 억제 정책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는 8·31대책에서 규제 부문은 부작용만 낳은 반면, 공급 확대는 지지부진하면서 제 기능을 못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른 것도 정책 신뢰가 근본적으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신도시용 추가 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토지 보상비가 풀리고, 이 돈이 주변 땅값을 들쑤셔 놓을 가능성이 크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2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 용지 보상비가 실시 단계에서 3조1000억 원으로 불었다. 대책을 미리 마련해 놓지 않으면 공급 확대의 순기능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무조건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소득이 커질수록 ‘삶의 질’에 대한 요구는 커지기 마련이고, 교육 문화 환경 의료서비스 등 인프라가 고루 갖춰진 ‘질 좋은 주거 여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질 좋은 주택의 수요를 무시하고 서민형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다가 강남 중대형 아파트 가격만 올려놓은 판교의 실패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와 함께 투기와 무관한 세금 폭탄과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은 배 아픔을 달래기 위한 편 가르기 방식으로는 성공하지 못함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시장 원리와 수요 변화에 맞는 정책을 펴 어질러진 부동산 정책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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