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상구]‘통합 교과형 논술’ 준비 막막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대학입시를 눈앞에 두고 관심을 끄는 통합 교과형 논술은 다학문적 성격의 논술(論述)로 교육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통합 교과형 논술은 교육 현장에서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을 지양하고, 교과 간의 경계를 허문다. 또 학생의 이해력과 작문력은 물론 창의력 분석력 비판력 종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

그런데 대학의 통합 교과형 논술 예시문제는 너무 어렵다. 입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느낌을 준다. 이공계의 수리적 통합 교과형 논술 문제는 논술 전문가도 풀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아서 지도교사와 학생을 당황하게 만든다.

일선 학교는 물론 사설 학원에 통합 교과형 논술을 지도할 만한 교사가 거의 없어 논술 준비가 잘 안 된다고 한다. 수리적 통합 교과형 논술의 경우 전국적으로 자연계 논술 강의 경험이 있는 강사가 20명이 안 돼 서울 강남의 사설 학원에서도 강사를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국의 논술전문학원은 465곳으로 2004년보다 638% 늘었다. 논술 준비를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는 학생은 64%에 이른다. 학부모의 30.1%는 논술 사교육비로 30만∼50만 원을, 28.8%는 50만∼100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08학년도 대학 입학시험에서 통합 교과형 논술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하려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정책적 차원에서 통합 교과형 논술의 개념과 성격, 출제 배경, 시행 방법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당황하지 않고 대입 논술 시험에 차분하게 대비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통합 교과형 논술 비중 확대는 특수목적고 학생과 서울 강남지역 등 대도시 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EBS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통해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학생이 유명 강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교육대와 사범대는 논술 교과를 개설해서 모든 예비 교사의 논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통합 교과형 논술 연수를 실시해 논술 지도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대학의 통합 교과형 논술 문제 출제 과정에 현직 교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자. 논술 문제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학생의 수준에 맞게 출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수리적 통합 교과형 논술 문제를 너무 어렵게 출제하는 바람에 고교생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면 곤란하다.

고교의 경우 통합 교과형 논술 문제는 전 교과가 관련되는 만큼 국어교사가 전담하기보다는 전 교사를 대상으로 지도 팀을 만들어 ‘팀 티칭(team teaching)’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논술을 지도할 시간이 따로 마련되지 않는다는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좋다.

통합 교과형 논술은 다학문적 성격이 강하므로 어려서부터 폭넓은 독서를 많이 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봐야 잘 쓸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독서와 작문 지도는 물론 신문을 활용한 교육(NIE·newspaper in education)을 강화해야 한다.

신상구 천안북중 국사과 교사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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