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북한이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만든다느니, 이미 비단섬으로 결정됐다느니 하는 소문이 요란했습니다. 그만큼 기대도 컸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어요.”
그는 단둥에서 제법 규모가 큰 아파트를 짓고 있고, 북한과 무역도 하고 있었다. 기자가 3월 말 ‘신의주 특구설’을 취재하기 위해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한밑천 잡을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북핵 사태가 더는 확대되지 않고 가라앉길 바랄 뿐이다.
인구 70여만 명인 단둥 시가 내세우는 최고 브랜드는 ‘중국 내 최대 국경 도시’. 북한과 중국 간 교역의 70∼80%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주를 비롯해 북한 쪽 국경지역을 둘러보려는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장사 재미가 쏠쏠하다. 이른바 ‘변경 장사’라는 것이다. 압록강변에서 이뤄지는 밀무역도 만만찮다. 몇 년 전부터는 단둥을 찾는 한국인도 늘었다. 북한에 투자하려는 사람, 원조 물자를 지원하려는 사람, 선교하려는 사람 등등.
그래서 단둥은 북-중 관계의 온도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도시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도시 전체가 얼어붙는다.
단둥 시 관광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 후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북한으로 가거나 북한에서 오는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내륙의 한 친구는 핵실험 낙진이 단둥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어 왔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래서 중국의 어느 곳보다 단둥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를 가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이 핵에 매달리는 한 단둥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둥의 한 전직 공산당 간부는 “중국에서 보면 6·25전쟁은 항미(抗美) 원조전쟁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중국과 북한의 우의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천하(天下)를 거역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동병상련.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는 단둥의 분위기를 접하면서 떠오른 말이다. 그러나 귀국해서 접한 뉴스들은 곧바로 다른 말을 떠올리게 한다. 동상이몽.
구자룡 오피니언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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