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정석의 진화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정석(定石)은 진화한다. 밑도 끝도 없이 불쑥 출몰한 게 아니라 대대로 많은 사람의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모양을 갖춰 왔다. 정석은 바둑의 역사가 응축된 최신 결정판이기는 하나 고정불변이 아니다. 새로운 수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백 18의 수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참고1도 백 1을 선수한 뒤 3으로 지키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흑 4의 호구가 등장하자 태도가 바뀌었다.

백 1과 흑 2를 교환하지 않고 먼저 백 3으로 두면 그때 흑은 4로 둘 까닭이 없다. 실전 백 18의 ‘차렷’ 수는 참고1도 흑 4의 호구가 싫어 순서를 뒤바꾼 것으로, 흑 19부터 24까지가 최신 정석.

이렇게 되면 다음 흑 25가 기로다. 참고2도 흑 1로 갈라치고 싶다. 흑 5까지 바꿔치기가 이뤄지면 흑이 나쁠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윤준상 4단은 11분이나 생각하더니 의외로 간명한 길(흑 25, 백 26)을 택한다. 좌변을 내준 꼴이어서 갈등이 적잖았을 텐데 덤덤한 표정이다. 윤 4단이 왜 손꼽히는 낙관파인지 실감나는 대목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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