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희대의 사기극’ 돼도 부동산정책 요지부동인가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김수현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이 그제 한 특강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부끄러운 것을 기록하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정우, 김병준 씨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부동산정책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지금까지의 가격 폭등과 갖가지 후유증만으로도 시장에선 실패로 판정된 지 오래다. 처참한 정책 실패를 부인하며 ‘몇 년 뒤에 보라’는 식으로 국민을 끝까지 속이려는 ‘코드 관료’ 가운데 실패를 자인하는 고백이 나온 것은 그나마 정책 수정의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수도권 집중, 세계적인 저금리, 김대중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노 정부가 출발했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고 ‘남 탓’을 했다. 이는 악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곧 정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마추어의 변명이다. 이런 핑계를 대려면 노 정부는 진작 다른 전문가를 모시거나 정권 인수를 사양했어야 옳다.

김 비서관은 “(이런 상황에서) ‘8·31대책’은 희대의 사기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책 대수술’이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부동산정책의 집행 책임자인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여전히 “잘못이 없다”고 우겨댄다. 집값은 10월 한 달에만 전국 평균 1.3% 올랐고 과천은 10%나 뛰었다. 서울 일부 아파트 값은 일주일에 1억 원 이상 급등했다. 불쑥 발표한 신도시 계획은 투기를 부채질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주무 장관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하기야 작년 8·31대책 수립 당시 대통령정책실장이던 김병준 씨가 지금은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있으니 정책 수정에 기대를 거는 게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제도’로 삼겠다고 했고, 최근에도 “(종합부동산세가 전액 과세된 이후인) 2010년에 보자”고 했다.

이런 코드맨들이 실패한 정책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궤변을 늘어놓을지, 지금 부동산시장을 쳐다보고 있으면 화가 치민다는 국민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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