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이 만만하다?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KOTRA의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회에서 “북핵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도발할 수 있을 만큼 현재로는 군사적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군(軍)과 국민, 한미동맹, 국제사회의 역량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극히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노 대통령의 생각대로만 된다면야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북핵의 위협이 그렇게 사소한 정도인지,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增援戰力)이 언제든 달려와 도와줄 만큼 한미동맹이 굳건한지 의문이다. 0.001%의 전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안보의 상식이다. 더욱이 상대는 적화(赤化)통일을 한 순간도 포기한 적 없는 북한이다. 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해도 위험하고 무책임한 국방관(國防觀)이 아닐 수 없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환수)로 생길 수 있는 군사력 공백문제에 대해 “면허증이 있으면 포니를 운전하는 기사가 에쿠스도 (운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방장관의 말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우리 군의 전력, 미군 의존도 및 한미동맹의 가변성(可變性), 핵무기의 가공할 위협 등을 누구보다 잘 알 만한 국방장관이 전작권 단독행사에 따른 대북 억지(抑止)구조의 대변화를 어떻게 포니와 에쿠스 운전의 차이쯤으로 볼 수 있는가. 행여 다른 중책을 맡기 위한 ‘코드 맞추기’ 발언이라면 출세를 위해 국민과 국가안보를 희롱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지금 만성적인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으로 ‘거짓 평화’에 익숙해진 탓이다. 북의 핵실험이 여실히 보여주었듯이 대북(對北) 군사정보의 90%를 미국에 의존할 만큼 우리는 ‘까막눈’이다. 미국이 약속했다는 ‘핵우산과 유사시 69만 명의 증원전력 제공’도 반드시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안보의식을 마취시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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