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진영]무관심에 운 韓商들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대통령이 참석하실 줄 알았는데…. 국무총리가 오시긴 했지만 경제 5단체장 가운데 한 분도 오시지 않았네요. 섭섭합니다.”

1일 오전 제5차 세계 한상(韓商)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2층 기자회견장. 이번 대회를 주관한 재외동포재단 이광규 이사장은 정부와 재계의 무관심에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35개 국가에서 활동 중인 재외동포 기업인 1071명이 참가했다.

이국 타향에서 맨주먹으로 자수성가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애국자’들이 모였지만 이들을 맞는 정부와 재계의 태도는 홀대에 가까웠다.

동포기업인들은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 화상(華商)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한상대회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은 사실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한 참석자는 “중국기업인 모임에는 참석하면서 막상 동포기업인 모임에 불참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솔직히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도 이번 대회를 외면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한 명만 다녀갔다고 한다. 한 재외교포 기업인은 “우리한테 표가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재계, 정치권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1일 시작돼 2일 막을 내린 이번 대회의 성과는 적지 않았다.

우선 2200여 명의 참가자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대회 기간 4513건에 3억3100만 달러 상당의 상담 실적이 이뤄져 국내외 경제인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선진국에 뒤처지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후발 개도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이 지금의 난국을 벗어나는 데 동포기업인을 통한 글로벌화가 매우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이번 대회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아직 한상의 경제력이 화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한상을 조직화하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화상대회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화상들에게 베푼 파격적인 금융지원, 과감한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이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황진영 경제부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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