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비 감당 위해 성장은 필수
스웨덴의 복지 모델은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든다. 방대한 비용을 감당할 만큼 국민소득이 충분히 커야 시행 가능한 모델이다. 대부분의 복지정책이 그렇듯이 스웨덴 모델은 무임승차 층을 양산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
부담이 늘어도 경제가 그만큼 성장하면 감당해 낸다. 하지만 투자증가율이 감소하면서 복지비용 부담이 힘겨워졌고 결국 집권당의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반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좌파답게 복지제도 확충에 노력하면서도 좌파답지 않게 외국인투자 유치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거뜬히 재집권에 성공했다. 돈 드는 복지정책을 추구하면서 비용 마련에 성공한 브라질과 그렇게 하지 못한 스웨덴의 차이다. 복지제도는 당연히 비용을 유발하지만 나라경제가 감당할 수준이라면 누가 마다할까?
사회복지의 확충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다. 남편은 환경미화원으로, 아내는 우유배달원으로 일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나 어린 자녀가 참변을 당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려고 맞벌이도 마다하지 않는 부부를 위해 어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복지시설은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예산도 필요하면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늘어난 복지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소득이 늘어야 한다. 성장이 반드시 복지확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복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려면 성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모든 경제성장은 기본적으로 투자에서 출발한다. 투자가 없으면 생산설비가 그대로이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전에 일하던 사람만 전과 같은 수준으로 일한다면 소득이 전과 같을 뿐이므로 성장은 없다. 스웨덴의 문제는 투자 부진이었고 룰라 대통령의 성공비결은 투자유치였다.
복지제도를 확충하더라도 동시에 투자를 활성화하여 비용을 감당할 만큼 성장을 이루면 문제가 없다. 우리 정부는 복지제도를 확충하기로 함으로써 돈 더 쓸 일을 많이 만들어 놓고서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활성화하는 일은 아예 외면하니 답답하다.
재벌개혁을 겨냥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수도권 규제는 기업 투자를 해외로 내몬다. 재벌개혁과 지역균형발전이 합당한 정책목표라도 시행정책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투자 진흥이 절실한 시점에서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정책이라면 목표가 무엇이든 일단 폐기해야 한다.
규제 걷어내 기업 의욕 살려야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나타났지만 기업은 국내 투자 여건에 낙제점을 주고 있다. 잘못된 정책은 폐기하고 각종 유인책을 마련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려야 한다. 복지예산을 성장예산으로 돌리라는 말이 아니다. 복지예산 조달을 위해서라도 투자를 늘리는 가시적 조치만 취하라는 말이다.
정부의 대북정책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방침은 대북지원금과 방위비의 대폭 확대를 전제로 한다. 이래저래 나라살림은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더 써야 할 모양이니 나라경제도 비용지출을 감당할 만큼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성장 동력인 투자를 활성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업 투자 의욕을 꺾는 정책만 고집하니 정말 걱정스럽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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