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인식지수와 순위가 높을수록 깨끗한 국가라는 뜻이다. 청렴위는 순위 하락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을 우려해 “전년도와의 비교는 국가 순위가 아닌 점수에 따라야 한다고 국제투명성기구가 강조했다”며 “부탄, 마카오 등 4개국이 평가에 포함돼 순위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주관적인 설문조사가 평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5등 안팎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들여다보면 정작 순위에 연연해하는 것은 바로 청렴위다.
청렴위는 “한국은 9개의 자료를 활용한 대신 새로 편입된 마카오(26위), 부탄(32위)은 3개 자료만 활용했으며 부탄의 경우 이 가운데 1개 자료의 성적이 매우 높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탄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데 대한 부러움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3개 자료만 활용했다’ ‘개발도상국이라 그렇다’ 등 부탄을 깎아내리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부탄은 세계은행이 76개 개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패 순위에서도 3위에 오른 나라다.
청렴위가 보도자료에서 ‘아시아 청렴도 상위권 국가 중 개선도 순위 두 번째.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은 지난해와 동일’이라고 한 것도 순위에 신경을 쓴 표현 아닌가.
올해 5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의 부패인식지수는 9.4점으로 1위인 핀란드(9.6점)와 불과 0.2점 차이다. 개선도가 싱가포르보다 낫다고 하는 것은 50점을 맞다 51점을 얻은 학생이 계속 94점을 맞는 학생에게 ‘너는 점수가 안 올랐지만 나는 1점 올랐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청렴위는 순위에 대해 여러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부탄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개도국이 그럴 수 있었는지를 파악해 부패를 줄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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