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옥쇄를 각오하고 내디딘 걸음. 흑○가 놓이면 백은 90, 92로 상변 흑대마의 사활에 명운을 맡길 수밖에 없다. 흑대마를 잡으면 역전이요 살려주면 끝장이다. 사느냐, 잡느냐.
흑 93부터는 외길이다. 윤준상 4단은 침착하게 95, 97로 차단한 뒤 99로 끊어간다. 이미 수를 봐두었다는 듯 확신에 찬 손길이다. 백 100으로 치고 나오는 진시영 2단의 손길은 반대로 가을 푸성귀처럼 생기가 없다.
백 112로 ‘가’의 단점을 에둘러 막았으나 흑 113이 맞보는 곳이다. 바둑은 한 번에 한 수씩 두는 것. ‘가’와 113의 단점을 동시에 막을 순 없다. 흑 113을 보자 진 2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나’와 ‘다’를 한 수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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