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주선]정부는 손 떼고 시장에 맡기라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라고 선언했다. 아무리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나서도 현재의 정책 기조로는 주택 가격 안정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정책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개인의 인센티브와 시장의 역할을 무시한 규제와 개입 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포기하는 일이다. 더욱 강화된 규제와 개입으로 정책을 보완하면 시장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움직인다.

지난 4년여 동안의 정책기조를 한꺼번에 바꾸면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의 전적인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현 정책기조를 유지 또는 강화한다고 해서 이런 비판을 면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수요와 공급 불일치를 해결하는 정책이다. 많은 사람이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3구와 그 주변에 좀 더 넓고 쾌적한 아파트를 짓기를 원한다. 수도권에서의 경제활동이 비교우위가 있기에 많은 사람이 수도권에 모여들고, 쾌적한 주거시설을 원한다. 이런 현상은 어떤 정책으로도 쉽게, 빨리 해결할 수 없다. 수요에 부응해서 강남3구를 비롯한 수도권에 중대형 아파트 형태의 주택 공급을 몇 년간 집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의 경우에도 주택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집중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개발 및 재건축 요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또 소형 평형 의무비율 규제를 폐지하고, 용적률 제한 규제를 기존 및 신설될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완화해야 한다. 이럴 경우 수급불일치는 해소되고 가격은 안정된다.

둘째, 아파트 공급이 수요가 있는 곳에 단기간 집중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 상승 움직임과 이로 인한 주택 소유자의 이득을 정부가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익 가능성이 있어야 기업이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고 하고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당사자인 개인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의 일부 급등현상을 통해서 기존 주택 소유자가 이득을 취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막기 위해 세제나 규제를 동원하면 다양한 형태로 일탈행위가 나타난다. 그러면 점점 부작용이 커지고 이를 정부가 막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당분간 정부가 충실히 기존의 정책을 수행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셋째, 부동산으로 시중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막도록 기업 투자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금융기업의 자금배분 영역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업이 좀 더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금융기업은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 나설 것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출자총액제한 규제 해제 시 기업의 투자 여력이 2년 내 14조 원, 수도권 규제 완화 시 13조7000억 원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규제뿐 아니라 산업별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정비하는 일도 기업 투자 활성화뿐만 아니라 부동산정책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

금리인상이나 총액대출한도 제한을 통한 부동산 문제 해결 주장은 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금리인상은 기업 등 대체 수요처의 자금 수요를 더 축소하고, 금융기업이 더 치열하게 부동산 담보대출에 나서게 만든다. 이 경우 금융기업의 담보대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규제회피 수단 강구는 경제에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부동산의 안정화가 현재의 대책으로 어렵더라도 이런 정책 추구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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