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신뢰하락 부채질하는 이해찬 씨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최근 대통령정무특보가 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그제 열린우리당 친노(親盧)그룹 워크숍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외교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약간 동요가 이는 것을 부동산정책의 실패인 것처럼 언론이 과장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보면 참여정부가 시스템상 가장 안정된 정부”라고 자평했다. 총리 시절 국정 표류를 걱정하는 여론에 “나라가 반석 위에 올라 있다”고 맞받았던 그답다.

그의 발언은 지난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이 “지금 집을 사면 낭패를 볼 것”이라며 집값 급등의 원인을 ‘4대 부동산세력’ 탓으로 돌린 것과도 닮았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8개월이나 됐지만 그에게는 민심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집단 고질병 탓인가.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은 민심 이반에 눈시울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나마 보였다. 당직자들 입에서 “중앙당사에서 기르던 개가 최근 새끼를 낳은 일 말고는 기쁜 소식이 없다”는 탄식도 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씨가 보인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국민을 더 화나게 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각종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릴 우려만 높다. 이는 결국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정권에도 자해(自害)가 될 것이다. 10%대로 떨어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도 ‘민의(民意)를 거스르며 조롱까지 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담겨 있다.

이 씨는 “북한이 결국 핵을 폐기하고 동북아 평화보장이 이뤄지는 등 4, 5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 온다. 그걸 우리가 맞을지 딴 사람이 맞을지는 우리 역량에 달렸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단합을 강조했다. 정치세력 내부의 역량 강화를 촉구하는 일이야 말릴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총리 시절에 자주 폈던 경제 및 경기 낙관론, 남북관계 안정론 등을 떠올려 보면 그의 미래 전망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먼저 ‘현 정부의 현주소’에 대한 인식부터 고친 뒤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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