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운동권 출신인 김 의장과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출신으로 친기업적 성향인 이 의원은 누가 봐도 결이 다른 사람이다. 열린우리당의 5·31지방선거 참패 후 김 의장이 취임하면서 이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자 당내에서는 “김 의장이 확실히 노선을 수정하려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김 의장은 한동안 달라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서민경제만 생각하겠다”고 말했고, 이른바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친기업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런 김 의장 옆에는 늘 이 의원이 있었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많은 국민이 좌파로 알려진 김 의장이 솔선수범해 민생경제를 살리겠다고 기업인들을 만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장의 뉴딜은 얼마 가지 못했다. 말만 앞섰을 뿐, 정부와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설익은 제안을 내놓았다가 무시당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김 의장은 별 항변을 못했다.
김 의장이 다시 목소리를 높인 것은 북한 핵실험 이후다. 개성공단을 직접 찾아가 ‘지원 계속’을 다짐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를 반대하는 포용론을 외쳤다. 뉴딜은 완전히 묻혀 버렸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내가 전념하고 싶었던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완전히 실종돼 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만큼 김 의장이 변했다는 얘기다.
당내에선 “김 의장이 당의장이 될 때 독배를 든다고 했는데 이뤄 놓은 것은 없이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 강화를 위한 정체성 되찾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 김 의장뿐인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한 게 창당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원내대표 때 이를 밀어붙였던 천정배 의원은 “추진이 잘못이 아니라 성공시키지 못한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앞 다퉈 창당 실패를 말하지만 진정으로 ‘내 잘못’을 인정하는 이는 없는 게 열린우리당의 현실이다. 정계 개편 후에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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