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이 베이징(北京)에서 미국, 중국과의 3자 협의를 통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마당에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 국면에서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판단에 ‘북한 눈치 보기’가 작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정부는 “대북제재 조치도 모두 6자회담 재개 등 전반적인 사정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6자회담이 열리면 쌀 비료 지원 등을 재개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에 대한 징벌의 의미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는데, 정부는 벌써부터 제재 해제는 물론 당근 제공까지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노심초사하는 남측과 달리 북한은 현 사태를 즐기는 듯하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애타게 갈구하며 국제사회의 압박에 몰려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했지만 시종 남쪽에 대해서만은 고자세다.
북한은 남측에 대해 여러 차례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 압살 책동에 가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6·15 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동족에 대한 대결선언으로 간주할 것이며 해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오만한 태도에는 언제든 남측에 대화 재개 의사를 통보하고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해 주면 어렵지 않게 쌀과 비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북한의 여유 있는 모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3일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군 참모들과 부대를 활보하며 이가 다 드러날 정도로 크게 웃는 모습을 방영했다. 6일과 13, 14일에는 안보 불안을 떨친 듯 산업현장도 둘러봤다.
정부의 PSI 참여 확대 거부 발표에 대한 보고를 받고 김 위원장은 “그러면 그렇지…”라며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태원 정치부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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