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교묘한 심리전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패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팻감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실탄이 많다고 이기는 게 아닌 것처럼 팻감을 어떻게 쓰는지도 중요하다. 무기고로 여겼던 좌상귀에서 팻감을 더 기대할 수 없게 된 백은 고민 끝에 64로 손길을 돌렸는데 이것이 연이은 실착이었다. 흑이 재빨리 65로 패를 해소하고 67, 69로 좌변 수습을 서두르니 미처 71의 곳을 뚫을 새가 없다. 이곳을 뚫고 들어가도 흑 ‘가’의 응수가 여간 끈적끈적한 게 아니다.

백 64는 참고도처럼 백 1에 젖혀 계속 패싸움을 해야 했다. 백 5, 7로 팻감을 쓰면서 싸우면 서로 어려웠다. 이런 길을 놓치고 백은 패를 양보한 꼴이 됐고, 71의 곳을 찔러보지도 못한 채 흑 67에 백 68로 연결해 좌변 흑대마 공격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국면을 자초했다.

상대가 대마 공격에 나설 게 뻔한데도 박영훈 9단은 흑 71로 태연히 하변까지 챙긴다. 대마 타개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인데, 이 선택에는 심리전도 깔려 있었다. 윤현석 8단이 공격적인 기풍이 아니라는 것을 역이용한 허허실실 전략이랄까. 그렇다면 다음 백의 최선의 공격은 어디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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