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백 72가 무뎠다. 참고도 백 1로 공격했으면 흑이 무척 곤란했을 것이다. 위쪽은 백의 철벽이 가로막고 있어 몇 걸음 못 갈 것이므로 달아난다면 흑 2 정도일 텐데 백 3으로 계속 추궁하면 어떻게 타개할 생각이었는지.
73이 놓이자 흑의 얼굴이 펴졌다. 이때라도 백은 89로 진로를 막아설 일이었다. 흑 ‘가’로 나오면 백 ‘나’로 계속 압박한다. 그런데 윤 8단은 이 그림마저도 지레 포기하고 백 74로 돌아서고 말았다. 백 74는 단순한 집내기에 불과하다. 애초 공격할 의사가 없었던 듯하다. 흑 77이 놓인 다음에는 더는 공격당할 말이 아니다.
백 78부터는 집싸움이다. 이렇게 싸우지 않고 이길 수만 있다면 오죽 좋으랴.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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