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독도가 없다고? 독도는 있다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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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없다고? 독도는 있다

‘렉서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엔 독도가 없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독자들은 분을 금치 못했습니다. “역시 일본 차여서….” 기자는 문제의 차를 타 봤습니다. 독도, 없었습니다. 지도를 확대해 봤습니다. 있었습니다. 경비대 전화번호도 나왔습니다. 확인 안 된 기사, 생명이 없습니다. 아니, 언론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입니다.》

최근 일부 언론이 ‘새로 나온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LS460의 내비게이션에 독도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화면에 한국 전체가 나오도록 하면 독도의 위치가 사라지고 검색을 해도 독도라는 명칭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한일 간의 미묘한 관계를 감안할 때 사실이라면 자칫 한국 국민의 공분(公憤)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17일 LS460을 시승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한국 전도가 나오도록 했더니 정말 독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화면을 자세히 봤더니 제주도 울릉도 거제도 등 큰 섬만 보일 뿐 마라도 등 작은 섬들은 독도처럼 모두 안 보였습니다. 지도의 축척에 충실했을 뿐 독도만 일부러 나오지 않게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지도를 조금 더 확대하자 그때부터 독도와 마라도 등 작은 섬들까지 지도에 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명칭 검색에 ‘독도’라고 넣어봤습니다. 독도와 독도경비대가 검색 결과에 나왔습니다. 해당 화면으로 이동했더니 독도의 확대지도와 함께 화면 상단에 ‘독도(울릉읍)’와 ‘독도경비대’라는 글씨가 각각 나타났습니다.

문제의 기사에서처럼 명칭 검색에 독도라는 지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독도경비대는 ‘054-791-1991’이라는 전화번호까지 안내해 주더군요.

이번 사건에 대해 렉서스의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계속 엉뚱한 자동차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바람에 정말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와 관계없는 어떤 ‘다른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하더군요.

저는 그동안 시승기 등 자동차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올리는 일부 누리꾼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렉서스 독도 기사의 전말을 확인하면서 ‘저런 식으로 기사를 함부로 쓰면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마다 상황에 대한 판단과 인식은 다를 수 있겠지만 사실(fact)을 왜곡하는 일만은 없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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