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아도는 기업 돈’ 투자 가로막는 세력

  • 입력 2006년 11월 21일 22시 54분


돈이 남아도는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다. 12월 결산 상장 제조업체들이 쌓아 두고 있는 순이익 잉여금이 자본금의 6배가 넘는 판이다. 국내에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갈수록 늘고 있다.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과 경제가 성장을 멈추고 노화(老化)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투자하라’고 기업을 윽박질러서 될 일도 아니다. 투자는 기업의 생사(生死)가 달린 문제다. ‘묻지 마 투자’의 참담한 결과를 외환위기 때 체험한 기업들은 주머니를 열 때와 닫을 때를 판단하는 데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투자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최소한 투자를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출자 규제에 끝없이 집착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돈이 남아도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놓고 있다. 수도권 투자를 막는 정부와 정책도 마찬가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같은 이슈를 내걸고 총파업을 하는 민주노총의 행태 역시 투자를 저해한다. 북한 핵(核)도 ‘코리아 리스크’를 증폭시킨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가장 절실한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세력과 요인이다.

한국은 원래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금리도 낮다. 그런데 기업들은 돈 벌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생산성 향상이 멈추었음을 뜻한다. ‘불황이냐 호황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속(펀더멘털)에 골병이 든 것이다. 여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500조 원이 넘는 부동(浮動)자금은 최근 집값 상승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 이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도록 길을 터 주지 못하면 부동산 값 폭등이 계속돼 국가적 재앙을 낳을 우려마저 있다.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이나 소비 촉진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역시 투자 활성화에 있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생산성 증대를 위해서는 기업 자체의 노력 못지않게 외부 여건의 개선이 절실하다. 시장경제의 효율성 극대화, 반(反)기업 정서 해소, 국내 기업 역(逆)차별 철폐, 작은 정부 실현 같은 것들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본 인프라다. 교육도 평둔화(平鈍化)에서 벗어나 ‘경쟁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꾀해야 한다.

투자 방해 세력이 사라지면 투자는 살아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