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체력 회복한 日기업들 일자리 만든다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일본 정부는 2002년 2월 이후 58개월째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경기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최장의 호황이었던 ‘이자나기(일본 열도를 만들었다는 남자 신) 경기’의 기록을 깼다고 22일 공식 선언했다.

오타 히로코(大田弘子) 경제재정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꺾일 가능성은 극히 적다”며 일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경제전문가도 호경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나기 경기(1965년 11월∼1970년 7월)나 거품 경기(1986년 12월∼1991년 2월) 등 과거 장기 호황 때와 같은 흥청거림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아랫목 경기’, ‘신기루 경기’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경기 회복의 불기운이 ‘아랫목’인 기업에만 집중되고 일반 가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나온 이야기다.

각종 경제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이자나기 경기 때는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이 11.5%에 이르렀지만 이번에는 2.4%에 불과하다. 이번 경기 확장 기간 중 땅값은 30% 떨어졌으며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도 연평균 ―0.3%를 보였다.

임금은 이자나기 경기 때 2.1배로 늘어난 반면 이번 경기 중에는 1.6% 하락했다. 거품이 꺼진 뒤 10여 년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은 일본 기업들이 이익이 늘어도 임금을 올리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일본 대형 의류업체인 와루도는 21일 아르바이트 판매사원 6000명 중 희망자인 5000명 전원을 정규사원으로 고용했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는 비단 와루도뿐만이 아니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올해 고졸사원의 초임은 7년 만에, 대졸 사원은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 기업들은 올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윗목’으로 확산될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 규제 개혁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이 먼저 살아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우리가 지금 일본 경제에서 배워야 할 점은 이런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지혜와 인내가 아닐까.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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