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얘기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03만416채 가운데 28만3368채(27.5%)의 시세가 6억 원을 넘었다.
그 덕분에 서울시민 4명 중 1명은 ‘고가(高價)주택 소유자’가 됐다. 정부가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 주택 기준을 올해부터 이전의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 초과’로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3년 10·29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법안을 마련했을 때의 취지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함으로써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고가주택’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9억 원이라는 기준은 고위공직자 L씨가 보유한 집값이 당시 9억 원 정도였다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29 이후에도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부는 종부세 부과대상 기준을 6억 원 초과로 낮췄다. 그러다 최근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를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었다.
그러자 강남과 강북 주민의 불만이 동시에 폭발했다. 강남 서초구에서는 “종부세가 과다하다”며 집단 민원이 제기됐고, 강북에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우리 동네가 어떻게 투기지역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 전문가는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10·29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을 마련할 때 종부세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으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조세전문가들 사이에 잇따랐지만 수용되지 않아 사태가 악화됐다는 것.
졸지에 주택투기지역에 살게 된 강북 사람들,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고가주택 기준에 따라서 재산세 내고 종부세까지 또 내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강남 사람들. 그러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는 부동산대책은 대체 누구를 위하자고 만든 것일까.
황태훈 사회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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