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규]강남 집 판 경제학자의 한탄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미국의 정치가 성추문에 시달리면 경제가 좋아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경제문제를 정치나 복지 차원으로 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중력의 법칙이 끊임없이 작용하듯, 경제에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누구에게나 작용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정책을 채워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이기지 못한다. 하늘을 향해 공을 힘차게 던져도 올라가는 것은 잠시, 이내 공은 아래로 떨어진다. 권력은 좀 더 강한 팔뚝일 뿐이다.

강남의 진정한 주택가치는 얼마일까? 절망스럽게 더 오를까? 아니면 거품이 빠져 폭락할까? 재건축에 의한 실질 가치 잠재력을 생각하면 거품만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싱가포르나 홍콩도 부동산 거품이 빠졌던 사실과 우리에 비해 국민소득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더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강남의 주택가격은 거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리로 강남의 집을 미리 판 경제학자는 땅을 치며 후회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오를 줄 아무도 몰랐다고 해야 솔직한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고쳐야 한다. 양도차액을 노린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양도소득세는 불필요한 수요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1가구 1주택까지 양도차액을 과다 징수하면, 이사를 하고 싶어도 이사를 할 수 없게 되어 공급이 줄어든다. 종부세 신고대상자의 28.7%인 1주택 소유자는 이런 덫에 걸려 있고, 31.2%의 2주택 보유자도 강남의 집을 먼저 팔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공급의 부족으로 집값은 올라갔다. 그러므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양도의 길을 한시적으로라도 열어 주어야 한다.

값싼 서민주택은 지속적 공급

그래도 가격이 오른다면 고소득층에 의한 강남의 실질가치는 현재보다 더 높은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단기적 정책을 적용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 두는 것이 낫다. 맨해튼의 땅값은 엄청나게 비싸지만 맨해튼의 땅값을 잡아야 미국의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오히려 정책의 오판을 막는다. 대만의 타이베이 집값도 두 번째로 큰 도시인 가오슝의 2배가 넘는다.

우량한 서민용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온 싱가포르 정부의 주택정책이 우리들에게 교훈을 준다. 70% 정도의 아파트가 이렇게 제공되고 민간아파트 가격의 50% 수준으로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민간아파트는 더 고급화하고 차별화하며 순수하게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서민들이 민간아파트의 가격인상에 대해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서민에 대한 이해에서 빠뜨린 것이 있어 보인다. 서민들은 영원히 서민으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20평 집으로 평생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부유층을 향해 이사하고 싶은 미래의 잠재수요이다. 그러므로 수요는 유기적이고 동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런 연관관계를 생각하면 진정한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공급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절대빈곤에 대한 복지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나, 복지는 시장 논리와 별개로 고려되어야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다.

분양원가공개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원가를 공개하면 기업은 원가를 높게 책정하게 될 것이고 원가를 낮추려는 의지가 없어져 버린다. 그러면 비능률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고, 기업에 원가를 조작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 후분양제도 역시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게 두는 것이 좋다. 선분양을 해도 모두 분양이 된다면 수요가 더 있는 것이고, 정말 수요가 없으면 후분양을 해도 팔리지 않을 것이다. 기업 정책도 같은 이치로 기업에 맡길 것은 맡겨야 한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맡겨야

현재 여당은 주택정책과 출자총액제를 비롯해 주요 경제정책에서 경제부처와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단지 토론 과정이면 좋겠다. 그리고 시장경제의 원리에 바탕한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수요와 공급 법칙의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계획경제에 의한 절약보다 시장경제가 보여준 가격 하락효과를 믿고, 수요에 따른 공급이 자유롭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경제문제는 경제전문가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서민을 위한 길이다.

이재규 KAIST 경영대학장 겸 테크노경영대학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