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에 비해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율(年率)로 환산하면 3.6%의 낮은 성장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4.4%로 5월에 비해 0.9%포인트 낮춰 잡았다. 경제의 활력이 6개월 사이에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OECD는 북한 핵문제의 불확실성, 높은 가계부채 비율,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 등을 내년 경제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12월 대선 때까지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 경제가 더 망가지지 않을까 두렵다.
기업들의 내년 국내 투자 증가율은 3.7%에 그칠 전망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는 ‘투자는 안 하고 까먹기만 하는’ 5년을 보냈다. 저투자는 성장 장애로 이어지기 때문에 누가 차기 정권 주체가 되더라도 성장잠재력 복원에 엄청나게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속화되는 달러 약세 현상도 ‘수출에 목을 걸고 있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일 때마다 종합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한다. 여기에다 엔저(低)와 고(高)유가까지 겹쳐 기업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제 회생(回生)을 위해 국가잠재력을 결집할 리더십은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이념 타령을 접고 오로지 실사구시(實事求是)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도 될까 말까 한데 저마다 혼란스러운 발언으로 정국을 요동치게 하고 국민과 기업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리더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역대 정부에서 보듯 대통령의 임기 말이 가까워지면 시장과 사회의 불안심리에다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겹쳐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렵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런 정책 표류가 더욱 심해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런 와중에 노 대통령은 어제 ‘서남권 종합발전 구상’의 현장을 둘러본다는 명분으로 목포를 방문해 “국민의 정부 시절에 우리 국가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며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 책임을 ‘DJ정부의 인위적 경기(景氣)부양’ 탓으로 돌리다가 갑자기 표변하니, 정치적 꿍꿍이가 있나 의심받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은 “(목포에 오니) 굳어 있던 마음이 확 풀리는 것 같다”고도 했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얼어붙고 있다.
政爭 매달릴 거면 차라리 기업은 放任하라
열린우리당은 가끔 간식 먹듯이 ‘민생’을 입에 올리지만 진실됨을 느낄 수가 없다.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부터 활성화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은 지금 ‘정부 정책이 친(親)재벌’이라며 기업 투자에 찬물을 끼얹느라 바쁘다. 한나라당도 부동산 등 경제 현안에 대한 뚜렷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행동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져 있다.
지금 500조 원의 부동(浮動)자금이 부동산시장을 맴돌고 있다.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경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면 차라리 시장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도 하지 말고 기업들이 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방임정책에라도 합의하라. 그러면 일자리도 더 생기고 소비도 촉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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