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도하 패션’ 뒷이야기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제일모직이 도하 아시아경기조직위원회에 진행요원 심판 등이 입는 유니폼 47만 점을 지원했습니다. ‘천신만고!’ 항아리 같은 중동인들의 체형에 맞추느라, 밖에선 속이 보이지 않는 히잡을 만드느라, 아랍의 느낌이 살게 디자인하느라… 무척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고진감래!’ 제일모직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 합니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1일부터 제15회 아시아경기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는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을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회 공식후원사에는 삼성전자와 GE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이름이 눈에 띕니다.

국내 패션회사인 제일모직도 후원사로 참여해 ‘빈 폴’ 브랜드로 대회 진행요원과 심판진 등 2만여 명이 입을 유니폼 47만 점을 지원했습니다. 유니폼은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 원단 제작, 봉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모두 국내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도 중동지역의 특색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준비와 제작기간만 2년이나 걸렸습니다. 아랍어를 그래픽으로 만들어 디자인으로 썼고, 중동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 등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중동 사람들의 체형이 한국인과 너무 달라 옷을 만드는 데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는 겁니다.

중동인들은 체격이 큰 데다 허리가 매우 굵은 항아리 형태의 체형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 평균보다 무려 2배나 큰 허리사이즈(150cm)도 있습니다.

이런 체형에 맞춰 옷을 만들다 보니 디자인을 새겨 넣는 기계에 옷이 들어가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제일모직은 결국 ‘빅 사이즈’용 기계를 따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슬람 여성 진행요원들이 입을 ‘히잡’을 만드는 일도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히잡은 이슬람 여성들이 몸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교리(敎理)에 따라 얼굴과 가슴을 가리기 위해 입는 것을 말합니다. 얇은 천으로 돼 있어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에는 이런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원단이 없습니다. 제일모직은 고민 끝에 중동에서 실을 수입해 히잡용 원단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제일모직 김해일 사업부장은 “이번 대회를 한국 패션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희망대로 한국패션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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