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67·CJ그룹 회장·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중하면서도 결단력이 강한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어떤 자리에서도 쉽게 말을 꺼내는 법이 없으며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이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일단 결정한 일은 과감히 밀어붙인다. 그래서 주변 인사들은 그를 “조용한 카리스마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평가한다. 손 회장은 골프를 할 때도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중시한다. 핸디캡(파 72타를 평균적으로 초과하는 타수)이 18(평균 타수 90)인 ‘보기 플레이어’지만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샷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우드와 쇼트게임이 특기
그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170야드에 불과하다. 50대까지만 해도 장타자였지만 환갑을 넘기면서 거리가 줄었다. 대신 정확한 타구 방향과 일정한 거리를 자랑한다. 손 회장은 “샷의 거리가 너무 짧아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클럽별로 거리가 일정한 편”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짧다 보니 자연스럽게 페어웨이 우드를 자주 사용한다. 파4홀에서도 자주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하는데 대부분 그린 주변까지 보낸다고 한다.
쇼트게임도 매우 정교하다. 그와 자주 라운드하는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어프로치샷이 정확해 한 번의 퍼트로 홀아웃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골프에서도 원칙과 정직을 중시한다. 그의 최저타 기록은 1996년 10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골드CC 챔피언코스에서 낸 77타. 하지만 본인은 “기념 트로피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만 동반자와 캐디가 봐 준 성적”이라며 “실제는 80타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칭찬하고 싶은 동반자’를 묻는 질문에 “나쁜 위치에 떨어진 공이라도 절대 옮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인 김교숙(60) 씨를 꼽았다.
과도한 내기골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손 회장은 “필드에 나와 많은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보다는 자연을 즐기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홀인원 경험도 있다. 1982년 7월 안양베네스트GC 8번홀(파3·185야드)에서 4번 우드로 티샷한 공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 경영도, 골프도 ‘신중 또 신중’
골프도 비슷하다. 윤영석 부회장은 “손 회장은 샷을 할 때마다 매번 두 번씩 연습 스윙을 할 정도로 신중하게 골프를 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싱글 핸디캐퍼가 한 순간의 실수로 트리플 보기를 하는 것처럼 기업도 신중하지 못한 의사 결정으로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며 “작은 일이라도 정신을 집중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기와 꾸준한 연습도 강조한다. 그는 “100타를 치는 사람이 순식간에 80타를 칠 수는 없다”며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늘 기본 원칙을 지키는 정도 경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짚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략 경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골프와 기업 경영은 큰 그림을 잘 그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라운드 전에 코스 구조를 숙지하는 것과 그렇지 못했을 때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처럼 기업 경영에서도 전략을 세우고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 요소들을 철저히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손경식 회장과 골프
△핸디캡: 18
△베스트스코어(최저타): 77
△홀인원: 1982년 안양베네스트GC 8번홀(케네스 스미스 우드 4번)
△평균 드라이버 거리: 170야드
△소지하고 있는 클럽
드라이버: 젝시오
우드: 혼마
아이언: 캘러웨이 X-16
퍼터: 핑
△평균 라운드 횟수: 월 3회
△자주 찾는 골프장: 남부CC, 송추CC, 프리스틴밸리GC
△좋아하는 코스: 제주 나인브릿지(도전적인 설계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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