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카를로스 푸엔테스]멕시코 경제, 칠레가 교과서다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펠리페 칼데론 씨가 1일 멕시코의 새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대통령 후보자로서 그의 행보는 마치 영국 영화의 제목 같았다. ‘장거리 주자의 고독(The Loneliness of the Long Distance Runner).’

비센테 폭스 전임 대통령은 그를 별로 잘 봐주지 않았다. 구석기 시대적인 보수 우파 국민행동당(PAN)도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제 극우파, 실업가연맹, 교회 모두 새 대통령의 후광을 입기 원한다.

그러나 새 대통령은 소속 정당 또는 특정 이해관계를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에게 투표한 모든 이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매우 근소한 표 차로 당선되었기에 더욱 그렇다.

칼데론 대통령에게는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그는 복잡다기한 의회와의 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또 치안, 수자원, 전력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양원과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류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영 석유회사의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칼데론 대통령은 미국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멕시코 국경을 차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문제는 대통령으로서 그가 겪어야 하는 첫 번째 골칫거리다. 2년 내에 백악관은 바뀐다. 결국 극우파 정권은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채 떠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그는 양날의 칼을 들고 싸워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우 개선과 일할 수 있는 권리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멕시코의 ‘선인장 장막’ 뒤에 붙들린 50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 줘야 한다.

칼데론 대통령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꼿꼿이 서서 미국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협상해야 한다. 비굴한 태도는 거절과 실패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칠레는 빠른 경제 성장에 성공했다. 사회주의자인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의 원칙은 ‘부자를 가난하게 하지 말고 빈자를 부유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빈곤율을 2003년 28%에서 2005년 23%로 감소시켰다. 브라질 최빈민층 가계의 실질소득은 2004∼2005년 30% 가까이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이나 재정적자 없이 최저임금이 상승했고, 교육부문 투자도 늘어났다.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씨는 말로만 외치는 ‘반(反) 빈곤’을 이제 그만두고 현실적인 정책을 제안해야 할 때다. 대선 결과를 둘러싸고 오브라도르 지지자들과 좌파는 거리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시위, 대국민 호소는 결국 성과를 내기 힘든 전술이다.

멕시코 좌파는 또 다른 차원의 정치적인 구호와 접근을 마련해야 한다. 좌파는 일시적 분출이 아니라 영구적인 정치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 멕시코 좌파는 오브라도르 씨 같은 정치 지도자의 존재를 뛰어넘어 라고스 전 칠레 대통령과 미첼 바첼레트 현 칠레 대통령처럼 권위 있는 대안으로 스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

좌파 앞에는 길고 먼 길이 펼쳐져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룰라 대통령, 라고스 전 대통령, 바첼레트 대통령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 조직이 필요했다. 이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가 전혀 획일적이지 않고 매우 다채롭다는 것을 보여 준다. 멕시코도 언젠가는 이 다채로운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란다.

카를로스 푸엔테스 멕시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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