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면서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우리는 말뿐이었다. 핵심 규제는 그대로 남았고 규제 건수도 오히려 증가했다. 대기업 규제의 상징인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논란만 무성했지 개편 법안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출총제가 기업투자에 직접적인 제한이 되지 않고 다만 간접적, 심리적 제한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기업들은 “핵심적인 대기업 규제제도 완화가 장기간 확정되지 않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공정위만 귀를 막고 있다. 기업투자 부진은 일자리 부족, 소비 위축, 성장잠재력 약화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결국 공정위가 이런 문제를 키운 셈이다.
재계는 공정위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거나 담합 판정을 내린 데 대해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에 밉보일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기업들이 이러겠는가.
이런 공정위가 유별나게 개입하는 분야 중 하나가 신문시장이다. 이번엔 신문시장의 불편·위법 사례에 관한 구독자들의 수기(手記)를 공모해 세금으로 상금을 주겠다고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옥죄기 위해서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 공정거래 감시기관이 이런 일을 하는가. 경제의 ‘한국병(病)’을 키우고, 권력의 손발이 돼 신문시장에나 개입하는 공정위가 변해야 경제가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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