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사령관도 역대 부사령관들의 조언을 경청했습니다. 노병(老兵)들의 충정을 정부와 국민도 알아줬으면 좋으련만….” 12일 늦은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국방회관.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과 송년모임을 끝낸 역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들은 근심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역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들은 매년 주한미군 장성들과 부부 동반 송년모임을 열어 왔지만 이날 모임의 의미는 예년과 달랐다. 한국군 중 한미연합사의 최고위직을 지낸 예비역 대장들은 벨 사령관에게 현 안보상황을 감안해 미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과 한미연합사 해체에 반대한다는,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약 2시간에 걸친 모임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전시작전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 등을 걱정했다. 일부 참석자는 “우리가 어떻게 지켜 온 한미동맹이고, 어떻게 가꿔 온 연합사인데…”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모임에서 역대 연합사 부사령관들의 강력한 요청에 벨 사령관도 고민하는 빛이 역력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때문에 벨 사령관은 “내년 봄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에 해상 사전배치전단을 비롯한 최대 규모의 미군 전력이 참가할 것”이라며 역대 부사령관들의 우려를 덜어 주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벨 사령관은 역대 연합사 부사령관들의 요청을 받아들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미측도 우리의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도 양국 정부가 이미 합의한 사항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역대 부사령관들 사이에선 ‘한미간 소통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미측 참석자는 부부동반 송년모임에서 노장성들이 이 같은 요구를 한 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럼 왜 한국정부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했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행사장을 나온 한 참석자는 “우리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주변에서 ‘부질없는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60∼80대 노병들이 왜 이런 몸부림을 치는지 국민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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