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면은 어떤가. 백은 큰 출혈 없이 대마를 수습해야 하는 처지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만 가서는 가망이 없다. 반대로 흑은 이 대마를 잡든지 아니면 호되게 몰아치면서 이득을 올려야 실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백 120에 건너 붙이면서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공방이 시작되었다. 이 와중에 백 132는 기민한 활용이었고, 흑 141까지 아래쪽으로 퇴로가 막힌 백은 142, 146으로 틀을 잡으며 위쪽으로 활로를 열고자 했다. 이때 원성진 7단은 고민 없이 흑 147로 두어 백 148의 연결을 허용했는데, 이게 오판이었다. 흑 147로 이곳을 선수로 부수고 이어 149로 아래쪽에서 부수입을 올리는 정도로 이길 수 있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참고도 처럼 흑 1로 잡으러 가는 것은 안 된다고 여긴 것인지. (130…○ 143…127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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