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3년쯤 지나 국세청에서 딸의 주택 구입자금에 대한 출처 조사와 M 씨의 양도자금에 대한 용처 조사를 했다. 국세청은 그 결과 M 씨가 아들의 빚을 대신 갚아 준 것과 딸에게 주택을 사준 것은 증여에 해당한다며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어 세무서에서는 아들이 증여세를 낼 능력이 없으니 M 씨에게 세금을 내라는 통지를 보냈고 M 씨가 세금을 내지 않자 재산을 압류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증여세는 원래 세금을 부과 받은 사람이 내는 것일 뿐 부자지간이라도 대신 내줄 의무는 없다. 오히려 세금을 대신 내 주는 것이 증여에 해당한다.
그러나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에게 재산이 없을 때는 증여자와 증여받은 사람이 연대해 납세의무를 지게 되므로 세무서는 M 씨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또 연대 납세의무자로 지정돼 세금을 아들 대신 내 주는 것은 세법상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속세도 증여세와 마찬가지로 재산의 무상(無償) 이전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지만 연대 납세의무에 대한 규정은 다르다.
장남인 K 씨는 얼마 전 부친이 작고했다. 상속재산과 관련해 부친의 유언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형제들과 법정 지분대로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 가졌다. 그런데 형제 중 한 명은 사업에 실패했고 여동생은 미국에 이주했다는 이유로 자기 몫의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그러자 세무서는 다른 형제들이 각자 본래부터 갖고 있던 아파트 은행예금 등을 압류했다. 상속받은 재산을 압류하면 몰라도 피땀 흘려 모은 본래 재산까지 압류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한국의 상속세는 유산세 체계를 갖고 있다. 유산세 과세체계는 일단 상속재산을 뭉뚱그려 국가가 세금을 먼저 걷고 남은 재산을 나눠 가지라는 취지로 생각하면 된다.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은 각자가 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
연대 납세의무가 성립되면 공동상속인 누구에게나 상속세를 징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세무서는 징수 편의를 위해 각자의 어느 재산에서나 각자 받은 상속재산 가액의 범위 내에서는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연대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때문에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은 어머니가 자녀들 몫의 상속세를 대신 내 주면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도 대신 내 준 세금이 어머니가 받은 상속재산 가액을 넘어서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안만식 세무사·예일회계법인 세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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