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는 17일 워크숍을 한 뒤 당 진로에 대해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에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내년 2월 14일 열기로 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는 “평화개혁세력이 재집결해야 한다”고 외쳤던 그들이다. 열린우리당이 바로 ‘평화개혁세력의 재집결당’이란 얘기인데 또 무슨 평화개혁세력을 대통합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평화개혁세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세력, 어떤 사람들을 일컫는지도 도무지 감이 잘 안 잡힌다. 노무현 대통령도 4일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참여세력을 모르겠다”고 했다. 현 정권은 ‘개혁’이라는 말이 낡아 간다고 느꼈던지 한동안 ‘혁신’이란 말을 즐겨 쓰더니 다시 ‘개혁’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평화 번영 통합 개혁 혁신 참여, 다 좋은 말이긴 한데 지금의 정부 여당이 너무 오염시키고 값을 떨어뜨려 합창하기가 꺼림칙하다.
▷평화와 개혁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여권의 통합신당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은 졸지에 ‘반평화(냉전), 반개혁(수구) 세력’으로 몰릴 판이다. 김 의장은 17일 대국민 편지에서 실제 ‘수구냉전세력’이란 용어를 썼다. 반대세력을 한마디로 욕보이는 ‘낙인찍기’는 운동권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아무튼 지금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90% 이상의 국민이 다 수구냉전세력인가. 말 만드는 것 말고는 무능이 드러난 사람들에게 미래가 있을런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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