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지만 김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은 자본주의국가 부유층을 뺨치는 호사(豪奢)를 누린다. 빨치산 출신들을 포함한 노동당, 군부, 내각의 고위 인사들도 김 위원장 덕분에 금의옥식(錦衣玉食)을 즐긴다. 지난달 30일 미국이 대북(對北) 수출 금지 사치품 목록을 발표했을 때 외신은 이 조치가 북의 600여 ‘충성가문(loyalist families)’에 김 위원장이 줄 선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결의에 따라 미국과 일본이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는데 북의 특권층은 별 애로를 못 느끼는 모양이다. 중국 단둥 시에선 북한 상류층이 현금 5만 달러를 주고 도요타 자동차를 구입하고 금 장신구와 외제 화장품을 구입하는 등 사치품 쇼핑을 즐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몸을 날씬하게 만들어 준다는 보디크림이 특히 인기라고 한다. 중국 마카오에 나와 있는 북한 회사들도 여전히 사치품들을 사 보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에선 수많은 주민이 굶주리고 있고 특히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발육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그런데도 특권층이 명품을 탐닉하고 향락에 젖어 사는 것은 북이 표방하는 ‘사회주의적 평등’이 새빨간 거짓임을 보여 준다.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남한 정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만 탓할 뿐 북의 처절한 양극화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않는다. 북한 정권엔 착취당하고 남한 정부엔 외면당하는 북의 2000여만 주민만 억울하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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