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단지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개발을 약속한 사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서천군의 지도를 바꿔 놓겠다”고 공약했고, 올해 10월 현지 방문 때는 “장항만 개발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재검토하겠다니,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만하다. 그동안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했다. 어업권 보상과 진입로 공사 등에만 3300억 원이 들었다.
이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비롯해 22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서남해안 개발계획 등도 이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선심성 정책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문제지만 무리하게 추진해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최근 정치권이 쏟아 내고 있는 토지임대부 또는 환매조건부 아파트 분양, 국가시행 분양제, 분양가 상한제, 공공택지 공영개발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들도 내년 대선을 겨냥한 선심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기대만 잔뜩 부풀려 놓고 용두사미로 끝날 경우 서민은 집값 폭등에 이어 두 번 속고,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막대한 혈세 지출을 온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세입자가 바뀌어도 전월세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전월세 임대기간을 현재 2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열린우리당의 구상도 마찬가지다.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을 달래 준다는 명분이야 그럴듯하지만 시장원리를 무시하면 결국은 서민들만 고통을 떠안는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칙이다.
현재 40만∼45만 원 수준인 택시 운전사의 기본임금을 25만∼30만 원 올려 주겠다는 방안도, 택시 운전사들의 애로를 외면할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왜 이러는지, 도대체 무슨 돈으로 지원하겠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실현 가능성, 재원조달 방법,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표부터 끌어 모으자는 생각으로 ‘날림 선심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국가에 해악을 끼치고 국민을 우롱하는 반(反)국익적 작태일 뿐이다. 국민도 더는 눈앞의 사탕발림에 현혹되지 말고 옥석(玉石)을 가리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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