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신일]공정委 ‘公正’을 다시 생각할 때다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이어 순환출자금지제도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등 ‘경제검찰’로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일부 기업과의 유착, 현지 실사를 하는 업체에 향응을 받는 등 도덕성 문제까지 더해졌다. 이런 논란이 ‘경제검찰’로서 공정위의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에 중대한 저해 요소가 됨은 물론이다.

공정위의 일부 사무처 직원의 비도덕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비단 여러 중앙부처 중 공정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부처와 달리 공정위에 대한 여론과 국민의 질책이 심한 것은 그만큼 공정위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높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제도-운영 잘못이 도덕성 문제 불러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일부 공정위 직원들의 비도덕적 행태는 개인적인 비리를 넘어 우리나라 공정거래제도 자체 및 독특한 운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고치지 않는다면 유사한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거래제도 자체 및 운영의 문제점으로 첫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1조에 있는 법의 목적과 관련한 내용이다. 즉, 이 조항은 법이 지향하는 목표가 충돌되고 상충되는 면이 있다. 예를 들면 규제의 목표인 자유로운 시장경쟁 촉진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중소기업을 위한 것인지 불투명하다.

규제의 목표가 불투명하면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재량권이 높아진다. 결국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경우’가 발생해 피규제자는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을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 될 일은 혹시 안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피규제자와 규제자는 유착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공정위는 국무총리 산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이다. 그리고 합의제 형태의 준사법적 기관이다. 신고 또는 직권인지에 의해 사건이 조사 심사되어 심결을 받는데 심결자가 공정위이다. 이는 법원의 1심 판결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조사 대상자가 심결에 불복하면 법원에 항소를 한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157개 항소 사건 중 16.23%는 공정위가 패소하였고 13.64%는 일부 패소했다. 공정거래법이 잘 정착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법무부 산하 독점금지국이 기소권을 갖고 판결은 법원에서 한다. 따라서 미국 제도는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견제 및 경쟁이 있으나 우리는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견제 및 경쟁이 미국에 비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미약한 견제 기능도 공정위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내부 개혁과 전문가 육성 필요

셋째, 현재 공정위는 총 484명의 직원이 있으나 경제학 전문가나 변호사 수는 많지 않다. 반면 미 법무부 독점금지국은 2000년 초 현재 400여 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공정위의 공정한 조사 및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인 심사를 위해 좀 더 많은 관련 전문가의 육성과 전문가 그룹과의 다양한 토론이 필요하다.

지금 공정위는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건강한 경제성장을 위해 올바른 시장경쟁 질서 확립은 매우 중요하다. 시장경쟁 질서 확립을 담당하는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신뢰 회복과 올바른 정책집행을 위해 공정위의 정체성 확립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전문가 육성 및 채용, 공정거래제도의 변화를 통한 명확한 목표 설정, 공정한 정책 집행을 위한 공정위의 내부적인 개혁, 견제 기능 강화 그리고 공정위 직원들의 적절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면 공정위가 업무 전문성이나 도덕성 등의 문제로 질타를 받지 않을 것이고 공정위의 법 집행에 대한 시장과 국민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강신일 한성대 사회과학대학장·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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