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흑 87로 받아 탄력을 붙인 뒤 89에 민다. 단칸 사글셋방에서 식구들이 비비며 살아야 했던 시절처럼 옹색하긴 하지만 살기만 하면 희망이 있다. 백 92로 파호(破戶)했다. 이 대마를 살려주면 백도 장담할 수 없는 형세로 몰린다. 백척간두에 서 있기는 흑이나 백이나 마찬가지다.
흑 93으로 때려내는 데 20분을 썼다. 한 수마다 지뢰밭을 걷는 심정이다. 흑 95에 젖혔을 때,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이전 어느 시점에선가 백 ‘가’, 흑 ‘나’를 선수해 두지 못한 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즉 참고도 백 1과 흑 2가 교환돼 있었다면 흑 6 때 백 7로 끊어 눈을 없애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흑 10 이하로 나가는 것은 백 15까지 꽉꽉 틀어막을 수 있다.
흑 95, 97을 선수하고 나니 뭔가 틀을 잡은 모습이다. 그리고 이어진 흑 101의 절묘한 배붙임! (91…○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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