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사람들은 3년 전 민주당을 깨고 나와 지금의 당을 만들었다. 그때 내건 명분이 ‘지역구도에 기초한 낡은 정치의 청산’이었다. “100년 갈 정당을 만든다”고도 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그 당을 깨고 사실상 ‘지역’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민주당과 고건 전 국무총리, 흥행 가능성이 있는 당외(黨外) 인사들을 끌어들여 지역을 기반으로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면서도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이라는 번드르르한 구호를 내걸었다. 낯 뜨겁지 않은가. 대선 때마다 세(勢)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대선용 정당’을 급조해 온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폐단이다. 구태(舊態) 중의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개혁’이라니, 국민을 우롱할 셈인가.
그나마 솔직하다는 말이라도 들으려면 ‘인기 없는 대통령과 지금의 당 간판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없으니 성형수술도 하고 간판도 바꿔 달겠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다. 대통령과 당의 인기가 곤두박질치자 자기들만 살겠다고 배를 갈아탈 심산이면서 엉뚱한 명분을 갖다붙이니 소도 웃을 일이다.
정계개편은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지역에 기대고, ‘덜 낡아서’ 흥행이 될 듯한 사람이면 가리지 않고 끌어들일 궁리나 하면서 평화니, 개혁이니, 미래니 하는 말까지 독식(獨食)하려 하니 우습지 않은가.
이들은 “진지한 반성과 성찰에 기초해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반성한다는 것인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반성한다면 그간의 실정(失政)에 대해 가감(加減) 없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면 국민은 ‘잃어버린 4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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