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103 이하 117까지는 기가 막히게 ‘토출용궁’하는 과정이다. 흑 111의 이음이 선수라는 점도 행운이다. 참고2도 백 1로 파호하면 흑 2로 끊어 이후 14에 먹여치고 16으로 단수한 뒤 A의 축으로 잡는 수가 있다. 그 좁디좁은 곳에서 흑이 거뜬히 살았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 바둑을 감상해서인가. 현실이 아무리 암담해도 결코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받는 듯하다.
백이 공격해 얻은 게 없다. 이렇게 되어서는 계가바둑이다. 다만 백 112로 보강하면서 좌변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랄까.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바둑도 새해도.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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