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토출용궁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전보 마지막 수인 흑 ○가 구명줄이었다. 기묘한 배붙임의 맥이다. 당황한 백은 102에 10분을 고민했다. 참고1도 백 1로 잡으러 가는 수를 생각했지만 뜻대로 안 된다. 흑 2를 선수하고 4로 이어가면 A의 집을 없애기 위해 백 5에 이어야 하는데 흑 6, 8로 살자고 해본다. 이왕 뽑은 칼이다. 백 7, 9로 끝까지 잡자고 들면 흑에게는 10 이하 14로 절묘하게 넘어가는 카드가 준비돼 있다. 백은 C의 약점 때문에 B에 이을 수 없다.

흑 103 이하 117까지는 기가 막히게 ‘토출용궁’하는 과정이다. 흑 111의 이음이 선수라는 점도 행운이다. 참고2도 백 1로 파호하면 흑 2로 끊어 이후 14에 먹여치고 16으로 단수한 뒤 A의 축으로 잡는 수가 있다. 그 좁디좁은 곳에서 흑이 거뜬히 살았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 바둑을 감상해서인가. 현실이 아무리 암담해도 결코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받는 듯하다.

백이 공격해 얻은 게 없다. 이렇게 되어서는 계가바둑이다. 다만 백 112로 보강하면서 좌변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랄까.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바둑도 새해도.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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