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세인 사형집행과 더 무거워진 美國의 어깨

  • 입력 2006년 12월 31일 22시 59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그제 교수형에 처해졌다. 2003년 12월 미군에 체포돼 시아파 주민 집단학살 혐의로 이라크 법정에 선 지 3년 만이다. 이로써 또 한 사람의 독재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제사회의 환영, 비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폭정(暴政)은 종식돼야 한다. 24년간 이라크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무수히 불법 감금, 고문, 처형했던 후세인의 철권통치도 예외일 수 없다. 중동(中東)과 이슬람이라는 지역적 종교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인권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부정한 독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후세인은 처형되기 직전 “나 없는 이라크는 무의미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전형적인 전제군주의 모습이다. 그런 그였기에 다른 종족과 종파 수천 명을 화학무기로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던 것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억눌린 기억과 미국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그를 순교자(殉敎者)로 떠받들어서는 안 된다. 피의 보복만 반복될 뿐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폭정으로 치면 후세인보다 몇 길 위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주민을 굶어죽게 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인권 유린은 없다. 핵 장난의 미망에서 깨어나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직시해야 한다. 그를 감싸는 우리 사회의 얼치기 좌파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사태는 악화일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미 상응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WMD)는 발견되지 않았고, 철저한 준비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민간인 수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미군도 30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의 민주, 평화, 재건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을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가 믿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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