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대통령 선거다. 지난 4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대통령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일찍이 프랑스의 보수주의 정치사상가 드 메스트르는 “국민은 자신들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런 뜻에서 국민이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대통령을 비판해 봐야 소용없다. 국민의 자질이 그보다는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항상 ‘북한 요소(The North Korean Factor)’를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아 왔다. 그리고 후보에 따라서는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는 데 성공한 경우도 있다. 매우 위험한 정치 테크놀로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 선거에서는 북한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후보가 한국정치에서 북한 요소의 역할을 거절한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옵션도 생각해 볼 만하다.
대선의 해 ‘북풍’ 완전 차단을
두 번째는 북한 핵문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다른 모든 일이 다 불안하게 된다. 어떻게 될까? 북한의 핵무기 문제가 금년에는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북핵 문제가 외교적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될까? 그리고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금년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지난 1년 동안에 없었던 그 무슨 새로운 요소가 나타났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이 지난해보다 금년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게 하는 아무런 새로운 요소도 없다. 다만 작년 11월 중간선거의 결과로 미국 행정부의 대북한 자세가 다소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도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북핵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최근에 김정일은 핵실험 사실을 북한 인민에게 널리 알리는 조치를 취했다. 핵무기 프로그램이 북한 체제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에는 성공했지만 국가경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다. 북은 냉전 종식으로 경제 원조가 단절되면서 경제의 침체와 몰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식량 부족으로 심각한 기아 현상이 발생했고,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되었다.
금년에는 북한의 체제가 불안정하게 되어 가는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가 점점 더 많아짐으로써 북한이 가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되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궁금한 문제는 세계 질서에는 어떤 변동이 없는가이다.
냉전 종식의 결과로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장했다. 거기에 9·11테러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국제관계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과거보다도 더 군사력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고, 특히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선언하고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세계 질서가 변동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선 세력 균형에 있어서 미국의 국방예산은 규모면에서 미국 다음으로 이어지는 14개국의 군사 예산의 총합보다도 더 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밖에도 미국은 군사력의 구조적 혁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미관계 복원 서둘러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스타일 면에서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결과, 미국의 외교정책이 동서 양측에서 정통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의 국제적 역할은 확고하다.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등에 있어서 미국은 가장 역동적인 사회로서 국제안보 및 국제경제의 리더십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년 동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선거 과정에서 북한 요소를 완전히 차단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우리가 2007년에 해야 할 의무라고 하겠다.
김경원 전 주미 대사·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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