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회, 고교 장거리 최강자서 마라톤 기대주로
조그만 눈이지만 이글이글 불탄다.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하면 성이 차지 않을 눈이다.
남자마라톤 유망주 전은회(19·배문고 3).
“형들이 마라톤 훈련하는 것을 보면 훈련량도 많고 과정도 힘들고 또 직접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도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따르잖아요. 그동안 육상을 하면서 열심히 한 만큼 성적도 좋았어요. 세계 제패, 꼭 하겠습니다.”
전은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의 천재성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삼성전자)의 성실함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를 침체에 빠진 한국 마라톤을 구해 줄 재목으로 꼽고 있는 이유다.
서울 불광중 1학년 때부터 육상 중장거리를 시작한 전은회는 고교 1학년 때부터 5000m와 1만 m를 모두 석권했다. 6명이 풀코스를 이어 달리는 구간마라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고등부 5000m 최고기록(13분 56초 59), 1만 m 최고기록(29분 31초 89·이상 2006년 6월 호크랜챌린지)을 세웠다. 전은회는 고등부를 뛰어넘어 역대 국내기록에서도 5000m는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마라톤은 스피드 시대에 접어들었다. 5000m, 1만 m 기록이 좋지 않고 지구력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 이 점에서 전은회는 마라토너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177cm, 56kg의 신체 조건도 마라톤에 적합하다.
전은회는 실업팀들의 스카우트 공세를 뿌리치고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에 진학하기로 했다. 마라토너로서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주는 황규훈(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 감독의 지도를 받아 미래를 설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은회는 황 감독의 양해를 얻어 일본으로 2년간의 마라톤 유학을 떠난다. 일본은 전통적인 마라톤 강국. 2시간 6, 7분대를 뛰는 선수가 수십 명. 단축마라톤은 물론 구간마라톤, 풀코스마라톤 등 대회가 수천 개가 있는 ‘마라톤 천국’이다. 그곳에서 세계 정복의 꿈을 키우는 게 그의 목표. 전은회는 1월 초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 2월 4일 단축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뒤 육상 명문 준텐도대에 입학할 예정.
황 감독은 “전은회 같은 뚜렷한 목표 의식과 의욕을 가진 선수를 최근에 본 적이 없다. 재능을 타고났고 노력도 많이 한다. 무엇보다 마라톤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땀으로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전은회는 누구?
생년월일=1988년 5월 15일 신체조건=177cm, 56kg 출신교=서울 불광중, 배문고 혈액형=A 취미=음악 감상 최고기록=5000m(13분 56초 59), 1만m(29분 31초 89) 특기사항=2004∼2006년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장학생
■여자마라톤 고교랭킹 1위 김성은
이런 가뭄 속에 한국 여자마라톤을 부흥시킬 단비 같은 기대주가 나왔다. 고교랭킹 1위 김성은(18·충북체고 3). 164cm, 47kg의 탄탄한 몸매에 타고난 스피드, 성실한 자세.
그를 스카우트한 오인환 삼성전자마라톤 감독은 “성은이는 스피드와 유연성이 좋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마라톤도 스피드 시대에 접어든 이때 아주 좋은 재목이 나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마라톤 전문가들은 “지구력은 키울 수 있어도 스피드를 키우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만큼 타고난 스피드가 중요하다. 100m를 10초에 뛸 수 있는 선수가 400m를 빨리 뛸 가능성이 있듯 마라톤에서도 5000m와 1만 m를 빨리 뛰어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법.
김성은은 800m와 1500m를 통해 다져진 스피드가 으뜸이다. 고교 1학년 때부터 800m, 1500m, 5000m, 10km 도로경주에서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최고기록은 1500m가 4분 32초 92, 5000m가 16분 47초 12, 10km 도로가 34분 34초. 마라톤 선수로는 비교적 장신임에도 힘을 들이지 않고 깔끔한 자세로 달린다.
무엇보다 힘든 것을 싫어해 마라톤을 하지 않고 중장거리 선수로 만족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마라톤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게 최대 장점.
“선배 언니들에게 힘들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고통을 한번 느끼고 싶어요. 일단 부딪쳐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성은은 어린 나이임에도 선수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 안 한다. 먹는 것과 노는 것도 가려야 한다는 것을 운동하면서 느꼈기 때문. 자기 몸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를 수없이 많이 들었고 자기 관리 실패로 쉽게 사라지는 선배 언니들을 많이 봐 왔다.
충북 괴산군 장연초등학교 4학년 때 단거리 선수로 육상에 입문한 김성은은 중학교 때부터 중장거리로 종목을 바꾸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힘들 때마다 종교의 힘을 통해 극복해 왔다. 육상 관계자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침착하고 성실하다”고 평가한다.
“최종 목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겁니다. (이)은정 언니가 먼저 메달을 따겠지만 저도 차분히 준비해 꼭 세계적인 선수가 될 거예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성은은 누구?
생년월일=1989년 2월 24일 신체조건=164cm, 47kg 출신교=충북괴산 장연중, 충북체고 혈액형=O 취미=독서 최고기록=1500m(4분 32초 92), 5000m(16분 47초 12) 특기사항=2004∼2006년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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