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남한의 선거 구도를 ‘친북 대 반북’으로 규정하고 ‘보수 타격’을 선동해 왔지만 이번 경우는 의미가 다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걸쳐 진행된 ‘이념해체작업’으로 남한 내에 원군(援軍)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고 대남(對南)공작을 본격적인 ‘선거투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변형된 통일전선전략인 것이다. 여기에 핵실험까지 성공했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핵 억지력을 가진 것은 민족사적 경사”라고 했다. 북한만의 경사가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경사라는 것이다. “남쪽도 선군정치(핵)의 덕을 보고 있다”는 주장과 같은 얘기다. 그들에게 핵은 김정일의 선군정치의 성과다. 북의 대남 통일전선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지난해 말 “2007년 대선에서 친미(親美) 보수 세력에 정권을 뺏기면 삼천리강토가 핵전쟁의 참화를 입을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핵에 실린 통일전선전략의 위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일부 극단적 좌파는 내놓고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판이다.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지식인 중에도 맹목적 친북주의자가 적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북의 대선 개입은 남의 호응(呼應)과 맞물려 선거를 이념의 진흙탕 속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說)뿐 아니라 북의 획기적인 재래식 전력 감축 제안을 수용한 모병제 실시와 북의 야당 후보 테러설 등 갖가지 ‘북풍 변수’의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이제 북의 상투적 분탕질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북에 되돌려주고 싶은 말은 정말 ‘너나 잘하세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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