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나성린]‘분양원가 공개’ 정치적 협박 말라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지난 4년 동안 참여정부의 반시장적 경제정책에 코드를 맞춘 경제 관료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경제원리를 모르는 일부 정치인이 분양 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재정경제부 관료를 정치논리로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민간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한 박병원 재경부 차관을 말도 안 되는 독설로 비판했다. 그 의원은 박 차관의 견해를 반헌법적, 관료독재,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공격했다.

‘부동산 실패’ 반성은 못할망정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경제체제는 공정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의 이윤동기를 인정하고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하는 제도이다. 이런 원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양극화 현상은 공급을 무시한 채 수요 억제만 겨냥한 참여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 대중인기 영합적 초고강도 부동산 과세와 같은 반시장적 정책에 의해 초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는 주택 공급의 반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 건설업체의 공급을 억제하여 오히려 아파트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박 차관의 설명은 전혀 반시장적이 아니고 따라서 전혀 반헌법적이 아니다. 더욱이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계속 무리한 규제정책을 밀어붙이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한 자세는 관료독재와 매우 거리가 멀다.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며 다수 국민을 위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또한 분양 원가 공개 거부는 건축자본과의 결탁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신뢰 상실과 반기업 정책으로 인해 투자를 하지 못하는 기업을 향해 자본 스트라이크라고 비판하며 모든 사회 문제를 자본과 기업의 탓으로 돌리는 좌파의 전형적인 덮어씌우기이다. 무주택 서민과 좌파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어떤 정신 나간 고위 관료가 건설업자 이익을 챙겨 주기 위해 잘못된 정책을 주장하겠는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강남 부자를 때려잡겠다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포퓰리즘적인 관점에서 출발했고, 임기 내에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조급증에 사로잡혔다. 공급 측면을 무시한 채 재건축 규제, 초고강도 부동산 과세, 금융 규제와 같은 수요 억제에만 매달렸다. 규제 위주의 정책은 공급을 축소해 수도권의 초과 수요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더욱 상승시켰다. 또 애초부터 문제가 없었던 지방의 부동산 경기마저 위축시켰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불필요하게 위축시켜 경제침체를 야기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폭등 및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反시장적 규제 또 밀어붙일 건가

공공부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분양 가격을 낮추는 노력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분양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을 통해 분양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도 여건이 허락하는 지역에선 대안으로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안은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분양 원가를 공개해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어 본들 아파트 가격은 시장원리에 따라 곧 주변 시세와 같아져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익이 줄어든 민간업체는 아파트 공급을 줄이니 시장원리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올라간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수요가 공급보다 클 때 가격이 올라간다.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함과 동시에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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