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까지 흑은 세력 대신 실리를 챙겼다. 그리고 백 32에 굳힐 때 기다렸다는 듯 흑 33으로 움직였다. 애초부터 시기를 저울질하던 노림이었다. 근질근질한 곳이기는 하다. 실리로도 크고. 그러나 어땠을까. 백이 42까지 외벽을 친 뒤 호방하게 44, 46으로 세력작전을 펼치니 스케일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초반 백의 구상이 대담하고 창의적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 바둑은 흑이 뚜렷이 잘못 둔 수가 없는데도 시종 근소한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랬기에 김승준 9단은 흑이 포석 전략을 다르게 하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흑 33의 노림보다 참고2도 1로 백의 세력작전을 견제하는 구상. 백 2로 잡으면 그때 흑 3에 갈라친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상대가 잘 두는 데에야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은가.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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