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박삼구 회장의 스킨십 경영

  • 입력 2007년 1월 15일 02시 54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스킨십 경영’이 빛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격려하며 대우건설 챙기기에 나선 박 회장을 보고 대우건설 직원들이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죠. 대우와 금호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출근길이 새해부터 달라졌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전처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그룹 사옥으로 출근하지만 수, 목요일은 중구 남대문로5가 대우센터 빌딩으로 갑니다. 지난해 12월 계열사로 정식 편입한 대우건설의 회장실이 이 건물 25층에 있습니다.

이런 박 회장의 ‘두 집 살림’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대우건설을 하루라도 빨리 ‘내 식구’로 만들어 핵심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인수를 당하는 쪽은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대우건설도 그랬습니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확정된 지난해 11월만 해도 대우건설의 분위기는 ‘새 주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뒤숭숭했습니다. 일부 임직원들은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로 동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대우건설 직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박 회장의 ‘스킨십 경영’이 효과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지난해 12월 29일 본부별 종무식에서 뜻밖의 광경에 놀랐습니다. 박 회장은 이날 종무식장을 돌아다니며 직원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한 차장급 직원은 “과거 대우그룹 시절에는 일년에 한두 번 먼발치에서 회장 얼굴을 봤을 뿐 회장의 손을 잡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박 회장의 손길에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11일 대우건설의 올해 사업계획을 보고받을 때 팀장급 직원들에게까지 보고하도록 해 회의가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 이상 길어졌습니다. 사장에게만 보고하던 연간 사업계획을 회장이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긴 것입니다.

대우건설 직원 9명이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에 납치된 직후인 10일과 11일 박 회장은 ‘당연히’ 대우건설로 출근해 직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진두지휘했습니다.

13일 새벽에는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직원들의 석방 소식을 전화로 보고받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대우건설과 금호그룹의 물리적 결합을 화학적 결합으로 승화시키려는 박 회장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 어려운 한국경제에 힘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태훈 경제부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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