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우리당, 이 무슨 망신인가

  • 입력 2007년 1월 19일 22시 44분


열린우리당 기간당원 11명이 지난해 말 당을 상대로 낸 당헌 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어제 법원이 받아들였다. 당 중앙위원회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당헌 개정권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넘긴 것과, 이에 근거해 비대위가 통합신당파에 유리하게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고 대신 기초당원제를 신설한 것은 무효라는 취지이다.

이번 결정으로 통합신당을 추진하려던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2월 14일 예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이전의 당헌으로 전당대회를 개최하든가, 다시 중앙위를 열어 당헌을 개정하는 등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파워게임에 눈이 멀어 스스로 적법 절차와 민주주의 원칙을 어김으로써 당내 문제를 법정에까지 가져가 시비(是非)를 가리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망신이 아니다. 이러고서도 ‘민주 정당’ ‘개혁 세력’이라고 하기가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신당 창당 문제와 노선 갈등으로 사분오열 상태인 열린우리당이 이번 일로 더욱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비대위 지도부의 거취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창당공신인 천정배 의원 등 몇몇 의원의 조기 탈당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당이 정치게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국정은 또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재창당도 좋고, 통합신당도 좋지만 명색이 집권여당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난 4년간 국민이 힘들었던 이유를 알 만하다.

지금도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각종 국정 현안이 개헌 이슈에 묻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챙길 것 다 챙기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관심사가 온통 개헌 문제에 쏠리고 있음을 국민은 안다. 개헌 제안 이후 ‘청와대브리핑’이 대통령 참모들의 개헌 홍보 글들로 도배되고 대통령이 매일 아침 직접 ‘청와대브리핑’ 편집회의를 주재할 정도다.

이런 마당에 집권여당마저 당내 주도권 싸움에만 열을 올린다면 ‘그 대통령에 그 여당’이란 비아냥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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